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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날의 소묘

    2012.07.10 16:24:10
  • <비오는 날의 소묘>

    커피 한 잔을 들고,
    아침 창을 열어본다..
    며칠 째 비가 내린다..
    향긋한 비의 향과 함께,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무수한 생각들로 흩어진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오래지 않은 날들이 떠오른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대학에 있다가...
    " 내가 집에서 노는건(?) 국가적인 낭비며 손실이야 " 라고 늘 당당히 외치고 살던 나였지만,
    결혼앞에 내 목소리 죽인채...신랑따라 지방으로 다녀야했다.

    아줌마가 되고 부터 나의 모토는 " 늘..깨어있는 여자가 되자 " 로 바뀌었다.
    환경탓만 할게아니라 그 안에서라도 날 키우자~

    충주나 송탄에서는 공부방과 아이들 학습지도를 했다..
    대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탐구관을 맡아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가끔씩 듣는 젊어보인다는 말도..
    어쩌면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은 만큼 사고나 눈높이가 비슷해져서 일꺼다..ㅎㅎ..

    그러던 어느날, 서울입성!
    내일여성센터와 인연이 닿게되고, 또 성상담원교육,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마당극, 교육연극, 인형극.......이런 저런 교육과 봉사, 경험들로 드디어 인형극 전문 강사가 되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시간과 열성을 필요로 했다.
    혼자가서 강의하는 것이 아니고, 그 많은 아이들(인형들)을 데리구 다녀야 하기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하다..ㅎㅎ..
    공연시간은 40-50분이지만, 오고 가는 시간과 준비하는 시간은 너댓시간이 될 때도 있다.
    기진 맥진....'정말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어느새......
    맑은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온다..또렷하지도 않은 발음으로~
    "더 해 주세요.....선샘미~ 또 보여주세요~~~~~~"
    또 어떤 아이들은...
    "인영극 선샘미다!!!........선샘미~~... "
    부르면서 자꾸 따라온다.....

    그런 아이들의 맑은 눈을 본다.
    그 웃음을 본다...

    그안에 나의 기진맥진과 힘든 시간은
    이 빗속에서 먼지날리듯 날아가고, 그저 입가엔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
    또..슬며시 자부심과 함께, 또 나름대로의 다짐도 생긴다.

    나와 함께한 40-50분으로 인해,
    우리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나>를 사랑하게 되기를..
    <너>와의 다름을 이해하길...
    있을지 모르는 나쁜 일로 부터 안전하게 되기를..
    늘 기도한다.

    내리는 빗방울 속에 또 다음주에 만나게 될 아이들의 미소가 하나씩 들어있어..
    나를 설레게 한다

    - 오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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