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언론보도

  • (탁틴맘) 엄마젖 먹는 아이 한국 16%

    2012.07.10 17:05:07
  • 한겨레.jpg

    △ 모유는 아이의 각종 감염 예방 등을 비롯해 당뇨병·중이염 등 여러 질병도 예방한다. 또 아이의 지능과 감성지수도 높여주고 이와 함께 산후 회복을 촉진하는 등 산모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유럽 75% · 미국 52% ·일본 45%

    지난 1일 젖먹이를 안은 엄마 수십명이 서울지하철 6호선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행사를 벌였다. 유엔아동기금이 정한 세계모유주간(1~7일)을 맞아 사단법인 내일여성센터 부설 임산부 기체조교실 ‘탁틴맘’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에서도 엄마 젖을 먹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유엔아동기금 자료로는, 우리 나라의 모유수유율은 1980년대의 50%대에서 지난해엔 16%로 감소했다. 이는 유럽의 75%, 미국의 52%, 일본의 4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렇게 모유수유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탁틴맘’ 김복남 소장은 “엄마들이 아기와 함께 외출했을 때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모유수유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엄마들이 미리 젖 양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거나 모유보다는 분유가 아이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도 모유 수유율 저하의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출때 수유시설 없고 젖드러내기 민망한 사회분위기 탓
    신생아실서 모유 못먹고 엄마들 “난 젖이 부족해 ”오해까지 겹쳐…
    한국 애들은 젖소가 키운다?

    이화의대 동대문병원 소아과 이근 교수는 “대한소아과학회가 산모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모의 42~52%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젖 부족’을, 12~18%는 ‘엄마가 직장을 가져서’를, 5~7%는 ‘아기가 엄마 젖을 빨지 않아서’를 각각 꼽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모들의 절반이 자신의 젖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산모들은 젖 부족의 판단 근거로 젖을 짰을 때 젖이 많이 나오지 않거나, 아기가 젖을 자주 먹으려 했다는 등의 경험을 가장 많이 거론했지만, 이는 기계나 손으로 젖을 짤 경우 아기가 빠는 것보다 젖이 훨씬 적은 양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젖의 양이 충분한지를 쉽게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아기의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며 “아기가 하루에 6, 7회 이상 소변을 보면 일단 젖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아기가 젖을 자주 빠는 것은 젖이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므로 도리어 좋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아기에게 젖과 분유를 같이 먹이면 젖의 양이 줄어들고 한두 달 뒤에는 아예 없어지는 것이 젖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에 다니는 산모들은 모유 수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젖을 짜서 깨끗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아이한테 먹이면 된다. 차병원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는 “직장에 복귀하기 2주 전부터 모유를 우유병으로 먹여 우유병에 친숙하도록 하고 직장 복귀 뒤에는 오전, 오후에 각각 한번씩 짜 두고 냉장고에 보관해 집에 가서 중탕해 먹일 것”을 권장했다. 모유는 냉장고에서 72시간까지 보관할 수 있고 냉동실에서는 3개월까지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엄마 젖을 빨지 않는 이유 중에는 아기가 신생아실에서 고무 젖꼭지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서울아산병원 간호부는 “출산 뒤 최대한 일찍 가능하면 30분 이내 엄마 젖을 먹이도록 하고 출산 뒤 바로 엄마와 아기가 같은 방에 있도록 하며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시로 젖을 먹일 것”을 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양학적 측면에서 모유는 분유에 비해 월등하게 우수하기 때문에 모유 수유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세의대 산부인과 조재성 교수는 “모든 포유동물의 젖은 각기 성분이 조금씩 다르다”며 “아무리 분유를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모유보다는 더 나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현 교수도 “아기가 가장 환경에 약한 시기인 생후 1년 동안 절대적 구실을 하는 면역체는 우유에 전혀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모유의 좋은 점은 아기가 천식이나 아토피 등의 알레르기에도 덜 걸리며, 유당 등이 충분히 들어 있어 영양도 뛰어나고, 아이의 감성지수 및 지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당뇨, 중이염, 영어돌연사 및 충치 발생도 줄어들게 한다. 여기에 엄마의 건강에도 좋은 구실을 해 산후 회복을 촉진하고 골다공증, 유방암, 난소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 2003.8.5 

TOP